현실 연애 소설 추천 이혁진의 《사랑의 이해》 사랑은 진심일까 이해관계일까?

『사랑의 이해』 – 사랑은 진심일까, 조건일까?

이혁진 작가가 그려낸 속물적이고 사실적인 사내연애의 민낯

사랑은 이해(理)인가, 이해(利)인가?

사랑이란 단어는 언제나 따뜻하고 포근한 감정을 연상시킵니다. 그러나 이혁진 작가의 장편소설 《사랑의 이해》(민음사, 2019)는 그 감정 이면에 숨겨진 복잡한 이해관계와 감정의 충돌을 집요하게 파고듭니다.

2016년 《누운 배》로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한 이혁진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도 '회사'라는 배경을 활용해 현대 사회의 감정 구조를 예리하게 해부합니다. 하지만 《사랑의 이해》는 단지 조직과 계급에 대한 이야기로만 읽히지 않습니다. 이 소설은 사랑이라는 보편적 감정을 둘러싼 인간의 나약함, 속물성, 그리고 미묘한 질투와 자격지심을 낱낱이 들추어내며, '사랑할 때 우리가 말하는 것들, 그리고 이별할 때 침묵하는 것들'에 대해 진지한 질문을 던집니다.

네 사람, 네 개의 사랑

작품은 네 명의 인물, 하상수, 안수영, 정종현, 박미경의 얽히고설킨 감정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은행이라는 공간 안에서 이들은 '사내연애'라는 복잡한 관계망을 형성합니다. 상수는 계약직 직원인 수영을 좋아하지만, 그녀가 청원경찰 종현과 가까워지는 걸 보며 마음을 접으려 합니다. 그러던 중 상사는 박미경과의 프로젝트로 가까워지고, 수영과 종현 사이에도 미묘한 균열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이 네 사람은 서로를 '이해(理解)'하고 싶어하지만, 현실은 그들을 '이해(利害)'의 구도 속에 가둬둡니다. 사랑은 감정만으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때로는 외모와 직업, 학벌, 경제력 등 보이지 않는 조건들이 사랑의 시작과 끝을 좌우한다는 냉정한 진실을 이 작품은 조용히 말합니다.

사랑도 환전이 될까?

은행이라는 배경은 단지 무대 장치가 아닙니다. 돈을 중심으로 교환 가치가 오가는 공간에서 사랑도 일종의 투자 혹은 거래로 묘사됩니다. “사랑도 환전이 되나요?”라는 문장은 농담처럼 들리지만, 실상은 주인공들의 감정을 통찰하는 핵심적인 은유입니다.

한 인물은 텔러의 지위와 학벌 때문에 연애를 망설이고, 다른 인물은 능력 있는 상사 앞에서 느끼는 자격지심과 열등감 때문에 자기 감정을 왜곡합니다. 이렇게 《사랑의 이해》는 우리가 얼마나 '있는 그대로의 사랑'을 하기 어려운 존재인지 날카롭게 포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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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인간의 가장 적나라한 순간

이혁진 작가는 연애를 ‘총탄 없는 전쟁터’라고 표현합니다. 사랑은 인간을 가장 벌거벗긴다고 말이죠. 자존심, 질투, 시기심, 회한, 자격지심…… 이 모든 감정이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치열하게 얽혀 있습니다.

작중 인물들의 감정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의 모습과 닮아 있습니다. 능력 있는 상사에게 끌리지만 자격지심을 느끼는 부하직원, 계약직이라는 이유로 관계를 망설이는 남자, 비슷한 현실 조건 속에서 사랑과 생존을 동시에 고민하는 청춘들.
《사랑의 이해》는 우리 자신이 사랑 앞에서 얼마나 복잡한 존재인지를 직면하게 합니다.

사랑이라는 거울, 그리고 나

이 소설의 가장 큰 미덕은 ‘사랑의 감정을 비추는 조명’일 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자신을 되비추는 거울’ 역할을 한다는 점입니다. 작가는 이야기 속 인물들을 통해 우리가 사랑 앞에서 얼마나 많은 가면을 쓰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 가면은 종종 사랑을 왜곡시키고, 때론 사랑을 잃게 만듭니다.

작가는 말합니다. “입고 껴입을수록 더 헐벗고 뒤틀리기만 하는 자신을 마주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이 말은 곧, 사랑을 통해 우리는 가장 솔직한 자기 자신과 마주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합니다. 《사랑의 이해》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얼마나 우리를 투명하게 만드는지를 문학적으로 증명해 보입니다.

사랑을 이해한다는 것

《사랑의 이해》는 사랑을 둘러싼 감정의 총체,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감정 거래, 그리고 우리가 상대방보다 더 이해해야 하는 ‘나 자신’을 다룬 본격적인 심리소설이자 사회소설입니다.

우리는 과연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을까요? 혹은 그 사랑이 ‘이해’가 아닌 ‘이해관계’ 속에서 기획된 것은 아닐까요?
책을 덮는 순간, 우리는 자신에게 묻게 됩니다. 지금의 사랑은 진심일까, 조건일까. 그리고 사랑 앞에서 나는 어떤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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